나의 첫 업무 - Cs 콜센터의 추억
나는 회사생활의 첫 업무를 고객센터로 시작했다. 당시 회사는 전화와 1:1 문의 글 2가지 경로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불편함과 문의를 해결해주고 있었다.
나는 소심한 A형이었기에, 전화 상담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주문벨이 없던 시절 식당에서 주문하기 위해 직원에게 소리를 쳐야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외치기 힘들 정도로 소심했다. 때문에 전화상이지만 고객과 대화하는게 무서울 정도였다.
업무 투입전 주요 문의 사항에 대한 내용과 처리 방법을 교육받고, 옆에서 같이 들으며 실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트레이닝을 하고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 전화를 받을 때는 이용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고, 눈 앞의 모니터 외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 할 정도로 긴장했다. 안내를 잘 해주는 것과는 별개로 전화 상담 자체에 부담과 긴장을 느낀 것이다.
어떤 다른 직원은 젼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응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긴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부러움이 있었다. 즉시 해결을 못 해주더라도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옆의 선배에게 물어보고 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하지 않았던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자 내가 하는 업무의 개선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담 내용 간소화
먼저 자주 응대하는 내용의 대답을 글로 써서 최대한 짧고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문장을 구성했다. CS업무의 경우 전화 건수도 중요히자만 콜당 응대 시간이 업무적 부담과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용자들도 응대 시간이 길어지는 걸 좋아할리가 없다. 빠른 처리만 원할 뿐.
빠른 처리를 위한 나만의 루틴 생성
고객상담의 내용은 주로 제품 환불 및 교환, 결제 취소 및 불가 문의, 서비스 이용문의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보통 여러 페이지의 관리자를 열어놓고 해야 하는데 나는 빠른 처리를 위해 자주 접수되는 문의 순으로 웹브라우저 탭을 구성해서 이용자들의 첫 마디를 듣고 바로 탭을 이동 시킨 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핸 루틴을 생성했다.
그래서 업무용 웹브라우저는 시작 페이지를 관리자의 주요 메뉴로 설정해서 출근 후 실행시 별다른 세팅시간을 소요하지 않게 되었다.
상담사는 로봇이 아닌 사람
대부분의 이용자는 빠른 처리를 위한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불편한 점에 대한 토로와 감정 표출이 먼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단순히 빨리 처리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불만에 공감하고 뾰촉한 감정을 무뎌지게 할 필요가 있다. 직원과 이용자의 관계가 아닌 친구, 가족과도 같은 관계로 생각하고 업무적인 태도가 아닌 조금은 부드러운 자세로 대하다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고 불편을 느낀 이용자도 오히려 직원을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 자녀 처럼 잘 해준다면 직원을 믿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가끔 진상고객을 만날 때가 있다. 나는 진상고객이라도 무조건 잘 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말그대로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때는 딱 잘라서 응대해줄 필요가 있다. 진상 고객은 한명이지만 진상상담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수 있기에 나 뿐만 아니라 팀을 위해서 필요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설령 그 진상고객이 많은 매출을 가져다 줄 지언정 그를 응대하는 직원의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퇴사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진상 고객을 컨트롤 하는 재미도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욕으로 시작한 전화를 오히려 사과를 받고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런 전화를 받게 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그분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언젠가 그분이 말이 끝나면 공손히 "이제 제가 말씀 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그 분의 반응과 최대한 상반되는 공손한 자세로 말을 건내고 안내를 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주장이 틀려도 틀렸다는 말을 하지 않고 어찌보면 반대로 우리 서비스의 불친절함 때문이며 제대로 된 안내가 부족했다. 이용자분 덕분에 우리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차근 차근 불만 사항을 해결해주었더니 나중에는 오히려 감사하다며, 괜히 화를 내서 미안하다며 전화를 종료한 일도 있었다.
중요한 건 그분도 나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진상을 넘어 강성 이용자로 인해 전화 상담을 줄이고 1:1 상담글이나 AI(라고는 하지만 글썌) 챗봇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걔중에는 잘 운영되는 곳도 있겠지만 경험상 1:1 상담글은 피드백이 느리고 챗봇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콜센터의 경우 이용자에 따른 스트레스와 비교적 낮은 급여로 인력 수급에도 문제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방식을 떠나 이용자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에는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불편함을 개선하고 나아가 매출 상승을 도모하고 있다. 어느 것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운영하고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중요시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객상담 업무는 서비스 운영팀에서 팀장으로 재직하면서도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필요시 직접 처리하면서 우리 서비스의 이용자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단순히 그들에게서 얻어지는 서비스 관점의 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대화에서 큰 힘을 얻기도 하고 배운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
